내가 살던 파파실 그리운 고향
작성자 : 박희정 작성일 : 2023.08.29 댓글 0 조회수 : 264

벌초하는 날
출향인과 함께
2023 파곡마을 축제


들썩 들썩 합니다. 왜 그럴까요? 며칠 전부터 마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데요. 아마 오늘 행사 때문인 것 같아요. 바로~~ 출향인과 함께 하는 마을 축제. 180년의 역사를 가진 계북 파곡마을은 1970년대 들어 산업화 물결은 서울로, 울산으로, 부산으로 사람을 흩어 놓고, 세월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으로 흩어 놓았지요. 마을의 배목댁 돌아가시던 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으로 단톡방을 만들고 소통하면서 조상묘에 벌초만 하고 가는 것이 아쉬워 날을 잡아 "출향인과 함께하는 벌초하는 날"을 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70세 동창들이 돼지 한 마리 준비하여 삶고, 썰고 (왼쪽 위) , 현수막 설치부터 무대, 조명, 그늘막, 축제장 세팅까지 함께 한 김재섭님(오른쪽 위)  마을 어른들이 직접 꾸민 축제 순서 안내, 이런 거 못해 하면서도 예쁘게 꾸며주셨어요.

1990년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다가 30년이 지나고 나니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고 하는데요. 출향인들이 아직은 많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첫해인데도 60명 가까이  오셨습니다. 특별한 사람에게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준비하는 마을 축제여서 후원금도 10만원 상한가를 두었다고 합니다. 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은 돈이 아닌 돼지고기를 후원하고, 음향 장비와 또 노래로 축제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여기 어머니 계시네요. 사진 속 우리 엄마가 참 곱다 한 아드님(왼쪽 위),  마을 자력으로 준비해서 기쁘다는 축제위원장 전일우님(오른쪽 위), 출향인들이 60명 가까이 참석했습니다. 환영사 중인 마을 박순복 이장님(오른쪽 아래)

가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있는 풍경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는데요. 색이 다른 크레파스에 비교하자면 오늘의 무대, 음향 등 각자의 재능을 기부 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며 크레파스 물감처럼 여럿이 하나처럼 섞였으면 좋겠다는 이장님의 환영사가 있었습니다.

가족은 나이가 먹어가면서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들, 자매, 아이가 있는 풍경이 아름답지요. 오래도록 지금의 미소를 간직하시길....

교복 입고 옛날로. 그때 그 시절이 온다면 음... 공부보다는 많이 놀 것 같아요. 내 마음은 항상 그 좋았던 시절에 있지요.

마을 입구에서 풍물 소리가 들리는데 가슴이 뛰었습니다. 마을 회관을 거쳐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길굿 놀이가 진행되었습니다. 풍물 소리에 어깨도 들썩, 앞 산도 들썩, 마을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계북면 풍물패, 마을에 있던 풍물놀이는 고령화가 되면서 사라졌는데 오늘 계북면 풍물패를 만났는데 연령대가 젊어진 것 같아 몹시 반가웠습니다.


키가 크면 무릎을 굽히고
계단에 올라가 있으면 내려와
서로 눈높이를 맞추는 관계

장정복 의원님은 노래 부르기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마터면 가슴에 대못을 박고 그리움을 안고 살뻔 했는데 벌초날을 맞이하여 여러분을 뵙게 되어 감사하며 이런 마을 축제가 장수군 내 마을로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마을 출신 김서희 가수의 사회로 시작된 마을 노래자랑, 하모니카 연주와 쿵푸시범, 구성진 노래까지 마을에 재주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전일우 축제위원장의 환영사가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요. 추억의 고향, 현실의 고향, 미래의 고향이 만나는 뜻 깊은 장이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여러 마을 사람을 만나게 되어
오기를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나는 파곡 냄새가 제일 좋아요.
사람을 만나면 모두 동기간 같고

 눈물이 날만큼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선홍례(93세)님의 답사 중에서(오른쪽 아래)